#원칙적인 #신념이 확고한 #이타적인

세자르는 무척이나 낯을 가립니다. 소심하거나 눈물이 많거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처음 본 당신에게 아주 내성적으로 반응하는 것 말고는 여지 없는 밝고 착한 아이랍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상대의 첫인상 혹은 반응이 나쁘다면 우물쭈물 머뭇머뭇 서성서성… 그렇지 않고 아주 좋게 대해준다면 틀림 없이 말갛게 웃어줄 테죠!

굉장히 원칙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교수님이 저기엔 들어가면 안 된다고……. 물드는 건 삽시간이니,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겠죠. 그야말로 질서정연, 남에게 잘 휘둘린다는 점만 빼면요. 규율을 어기면 혼나는 건 당연한 거라고요! 합리화 하지마세요! 교수님께 말씀 드릴 거라고요… 잘 구슬려 보세요, 넘어올지도요. 친구를 끌어들이는 짓은 너무하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

이와는 무관하게, 세자르는 본래 갖고 있던 옳음은 쉽게 굽히지 않습니다. 내용이 깊고 심오해질수록 꿋꿋하게 자기 주장을 지키고 섭니다. 옳지 않은 행동을 일삼는 친구를 어떻게 방관하고 외면할 수 있겠어요? 스스로가 옳다고는 못해도 상대의 어떤 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있어요. 하기 나름이다, 이게 내 방식이다 따위의 말이 먹힐 것 같은가요? 설마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 있는 걸요, 안 그래요?

​

상냥한 사람! 그 밖에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선의를 베풀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단 말이에요. 용감하게 앞설 정도로 담이 크지도, 그른 것을 바로잡을 힘도 없지만 퍼뜨릴 수는 있는 법입니다. 알던 것보다 훨씬 악의적일 세상일지언정 부딪치지는 못해도 무너지진 않을 거예요. 

음… 네, 그렇네요. 자존심이 강하지는 않을지도요. 올곧은 게 강한 것은 아니니까요… 맞설 줄 아는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가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에는 조심스럽게 간섭하더라도 제 자신에게 쏘아오는 언행에는 굳세지 못합니다. 워낙 눈치도 보는데다,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않았나요? 곤란하게 만들었나요? 죄송해요…. 이따금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겠습니다.

​

지극히 현실적인 이들 사이에서 이상을 유지해올 만큼 대개 세자르는 한없이 이상적인 것들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아주 불가능한 것들은 아니어도 저건 좀… 정도의 생각이 들 만큼 현실성 떨어지는 것들이 태반이었죠. 그러고도 세자르가 달리 현실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저의 능력으로 실현시킬 가능성을 좇았기 때문입니다. 네에, 똑똑하고 총명하다는 말이 어울릴까요. 단순히 지식욕이 넘치거나 정보량이 많은 것보단… 약간은 필사적이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