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머리 살랑거린다. 옆머리는 길게 빼 어깨 앞으로 넘겼고 뒷머리는 짧게 잘랐다. 숏컷도 아니고 단발도 아닌 길이의 뒷머리가 뒷목 간질거린다. 잔머리 조금씩 튀어나와있다. 단정히 빗은 머리 튀어나와 있는 이유는 원래 곱슬거리는 머리인것도 있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도 크다. 머리 왼쪽에 가장 좋아하는 풍성한 검은 리본 달았다. 엉성하지 않고 꼭 묶인 것이 자신이 묶은 것은 아닌 듯. 아이가 아끼는 것이었는지, 그리 새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관리 잘 되어있어 헤진 곳 하나 없다.

머리처럼 새하얀, 잡티 하나없이 깨끗한  피부에 두 뺨만 발그레 상기되어있다. 눈매 동그란 듯 올라가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을 생각나게 하는 눈동자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늘 무언가 쫒아 빠르게 움직인다. 기쁜지 입꼬리 항상 올라가 있다. 작은 입으로 여러 이야기한다. 대부분 긍정의 것이다.

구김없는 셔츠 입었다. 넥타이도 단정히 맸다. 조끼, 그 위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망토 입었다. 어쩐지 한 쪽, 때로는 두 쪽 전부 흘러내려가 있기도 하다. 팔랑거리는 치마는 무릎 위까지 온다. 발목 부드럽게 감싸는 흰 양말과 걸을 때마다 탁탁 소리가 나는 검은 구두 신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교복차림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손에 끼고 있는 흰 장갑이다. 그리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아이의 손에 맞는 장갑이다. 손 때 하나 타지 않았는지 새 것처럼 희다. 손을 무언가가 감싸고 있는 감각이 익숙한듯 어색해 자주 손 꼼지락거린다.